Body Edge Wave 감각의 리셋 | "대곡리 대나무숲을 지나 안개 자욱한 대곡천변 길을 20여 분 정도 걷다 보면, 바위에 새겨진 한반도 최초의 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만날 수 있다. 고래, 멧돼지, 사슴, 호랑이, 사냥꾼, 사냥 도구 등을 묘사한 수렵 채취 시대의 풍경은 10m 폭 바위에 담겨 눈 앞에 펼쳐진다. 알타이 암각화에 속하는 반구대 암각화와 유사한 기호들은 서쪽으로는 바이칼 호수에서부터, 북으론 시베리아, 동쪽으로 북, 중 아메리카까지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암각화를 보고 있으면 7000년 전 이곳, 누군가의 삶이 문명의 긴 시간과 넓은 공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직접 전달되는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고대 암각화를 참조한 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시원함’이란 예술을 보는 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문명에 얽힌 찌꺼기들의 초기화(reset)를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 < 덩어리모서리 소리 >는 이전 시리즈의 변이인 ‘Proto-Painting’ 시리즈와 새로운 ‘Proto-Drawing으로 구성되어 있다. ’Proto-‘ 시리즈는 왁스의 빛을 머금는 성질과 빛을 반사시키는 유화의 물성을 대비시켜, 작가가 그린 알 수 없는 기호들의 촉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흐물흐물한 라인들의 윤곽은 스텐실 기법으로 깔끔하게 처리된 만큼, 매우 명확히 계산된 보색들로 화면을 구성해 자유롭지만 엄격한 독자적 시각 체계를 만든다. 왁스 캔버스 배경을 뚫고 나오는 라인과 색의 정교함, 화려함은 신체의 누락된 촉각성을 회복시키며 명징하게 드러난다. 얼핏 즉흥적 원시 그림처럼 보이지만 명쾌한 라인의 형태와 색 그리고 구도의 균형감은 완벽히 연출된 작가의 중재된(mediated) 감각의 결과다. 수학적 질서를 바탕으로 자유로움을 펼치는 바로크 음악처럼 이다 작가는 색과 라인, 질감의 평면적 질서를 기반으로 변주를 펼친다...." -트랜 미나(Trần Minha), < 덩어리 모서리 소리 Body Edge Wave > 전시서문 (스텔라 갤러리, 2024) 중 발췌 |